2026년 10월 26일 · @martin
처음엔 "AI 컨설팅"이었다
인프런에 강의를 올리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떠올린 주제는 "AI 컨설팅"이었다.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AI를 우리 회사 일에 어떻게 붙이느냐"였고, 마침 AI 개발환경 구축 컨설팅을 새 서비스로 준비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강의 주제로 정하기 전에 한 번 더 따져보고 싶었다. 그래서 Claude에게 그대로 물었다. "인프런에 강의를 올리려는데 AI 컨설팅이 괜찮을까?"
돌아온 답은 "그대로는 애매하다"였다. 처음엔 살짝 김이 샜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반박하기가 어려웠다.
강의로는 애매했던 세 가지 이유
1. 인프런 수강생은 "만들 수 있게 되는" 강의에 돈을 쓴다. 인프런 수강생 대부분은 개발자이거나 개발을 배우려는 사람이다. 듣고 나서 손으로 뭔가를 만들 수 있어야 지갑을 연다. 그런데 컨설팅은 고객사 상황을 보고 판단해주는 일이다. 이걸 강의로 옮기면 결국 추상적인 방법론이 되기 쉽다.
2. "AI 활용법" 강의는 이미 넘쳐난다. AI 업무 자동화, AI 활용법 같은 강의는 이미 셀 수 없이 많다. 뚜렷한 차별점이 없으면 그 사이에 묻힌다.
3. 컨설팅을 사는 사람은 인프런에 없다. 컨설팅 비용을 결정하는 사람은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다. 이들은 인프런의 주 고객층이 아니다. 강의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살 사람이 다른 곳에 있는 셈이다.
세 번째가 특히 와닿았다. SaaS를 만들 때마다 "누가 돈을 내는가"부터 따지면서, 정작 내 강의에는 그 질문을 안 하고 있었다. 강의도 결국 제품이고, 제품은 살 사람이 있는 곳에 내놔야 한다.
내 무기는 결국 "해본 이력"이었다
그럼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내게 가장 희소한 건 "AI를 안다"가 아니라 "Claude Code로 SaaS 11개를 혼자 기획하고, 배포하고, 운영까지 해봤다"는 실전 이력이었다.
이걸 기준으로 후보를 세 개로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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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
대상 |
강점 |
약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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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e Code로 1인 SaaS 만들기, 기획부터 운영까지 |
사이드 프로젝트를 출시하고 싶은 개발자 |
수요가 가장 크고, 지금까지 한 작업이 그대로 커리큘럼이 된다 |
분량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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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개발자의 AI 코딩 워크플로우 |
이미 AI를 쓰지만 결과물 품질이 불안한 현업 개발자 |
테스트·정적분석 경험을 살릴 수 있다 |
결과물이 눈에 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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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Igniter 4 + AI 실전 |
CI4 사용자 |
CI4 책 저자, CI Korea 운영진이라는 이력이 그대로 통한다 |
시장이 작다 |
"혼자 만드는 SaaS"를 고른 이유
고민은 길지 않았다. 첫 번째 후보, "Claude Code로 혼자 만드는 SaaS — 기획부터 배포, 운영까지"로 정했다.
재료가 이미 있다. AICopia, AICura, AICreo, AITessera, AILicet, AICassa, AILego까지, 지난 몇 달간 만든 서비스들이 전부 강의 재료다. CLAUDE.md, 설계 문서, 배포 스크립트, 장애 대응 기록이 이미 손에 있다. 없는 사례를 지어낼 필요가 없다.
다른 강의가 멈추는 곳에서 시작한다. AI 코딩 강의는 대부분 "돌아가는 데모"에서 끝난다. 그런데 진짜 일은 그다음이다. 결제를 붙이고, 서버에 올리고, 새벽에 장애가 나고, 백업을 복구해보는 일. 이 구간을 다루는 강의는 거의 없다.
수강생이 결과물을 손에 쥔다. 강의를 끝내면 실제 도메인에서 결제를 받는 SaaS 하나와 GitHub 저장소가 남는다. "들었다"가 아니라 "만들었다"로 끝나는 강의다.
1인 개발의 현실을 숨기지 않는다. AI가 코드를 빨리 써준다고 혼자 다 되는 건 아니다. 설계는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하고, AI가 짠 결제·인증 코드는 한 줄씩 읽어야 한다. 운영은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 한계까지 같이 보여줄 수 있는 건 실제로 해본 사람뿐이다.
목차는 이렇게 잡았다
10개 섹션, 44강, 강의당 10~20분으로 총 10~12시간 분량이다. 예제 프로젝트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는 구조로, 예제는 결제·멀티테넌시·운영 이슈가 골고루 나오는 "1인 사업자용 예약 관리 SaaS"로 정했다.
|
섹션 |
주제 |
주요 내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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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오리엔테이션 |
완성본 시연, 1인 SaaS가 가능해진 이유와 한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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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Claude Code 작업 환경 |
CLAUDE.md 작성법, 서브에이전트, PhpStorm 연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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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기획 |
AI와 PRD 쓰기, MVP 범위 자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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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설계 |
CI4 구조, DB 스키마, 멀티테넌시, API 설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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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핵심 기능 구현 |
인증, 예약 CRUD, 관리자, AI 코드 리뷰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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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품질 지키기 |
PHPUnit, PHPStan, 리팩토링, 보안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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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결제 붙이기 |
요금제 설계, 토스페이먼츠 일반·정기결제, 웹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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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배포 |
Ubuntu, Nginx·PHP-FPM, SSL, GitHub Actions, 무중단 배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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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운영 |
모니터링, 백업·복구 리허설, 장애 대응 사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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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출시와 그 이후 |
랜딩 페이지, 첫 고객, SaaS 11개 회고, 보일러플레이트 |
힘을 가장 많이 준 곳은 섹션 5~9다. 품질, 결제, 배포, 운영, 출시. 다른 AI 코딩 강의가 거의 다루지 않는 구간이라 이 강의의 이유가 되는 부분이다.
강의 전체를 관통하는 작업 원칙도 네 줄로 정했다.
- AI가 쓰고, 나는 설계하고 리뷰한다.
- AI에게 맡기기 전에 문서로 먼저 정한다.
- 테스트가 통과하지 않은 코드는 내 코드가 아니다.
- 결제·인증·권한 코드는 한 줄씩 직접 읽는다.
컨설팅은 버린 게 아니라 순서를 바꿨다
AI 컨설팅을 포기한 건 아니다. 강의 주제에서 강의 뒤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순서는 이렇다. 강의로 "이 사람은 실제로 해본 사람"이라는 신뢰를 먼저 쌓는다. 그다음 수강생 중 더 깊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1:1 멘토링을, 회사 차원에서 고민하는 곳에는 AI 개발환경 구축 컨설팅을 제안한다. 인프런은 멘토링 상품도 함께 운영할 수 있어서 연결이 자연스럽다.
처음부터 컨설팅을 팔려고 했다면 "믿어달라"는 말밖에 할 게 없었을 것이다. 강의가 그 증명을 대신해준다.
마치며
목차는 확정했고, 섹션 0부터 9까지 강의안 초안도 모두 나왔다. 강의안 곳곳에는 대괄호 [ ]로 비워둔 자리가 있다. 실제 비용, 내가 겪은 장애 사례, 실제 CLAUDE.md 같은 것들이다. 이 빈칸은 남이 대신 채워줄 수 없는, 이 강의만의 내용이라 한꺼번에 직접 채울 생각이다.
돌아보면 이번 기획에서 배운 건 하나다. 내가 가르치고 싶은 것보다, 수강생이 사고 싶은 것과 내가 실제로 해본 것이 겹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 교집합이 "혼자 만드는 SaaS"였다.
다음 글에서는 녹화 준비 과정을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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