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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휘가 간만에 노리개 젖꼭지 없이도, 엄마의 얼름이 없이도 음악을 듣다가 조용히 잠을 청하다…….
요즘의 나의 일과는 항상 같다고 해야하는지.

출산을 하고나면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 난 아직 우울증으로 시달려본적은 없지만, 가끔 넋을 놓고 있을 때가 있다.
바쁘게 움직이다가 어느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아이러니하게 맥이 풀려버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서방에게 이런 얘기를 했었다
난 하루가 너무 짧은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루가 짧은 것이 아니고 내 시간이 없는 거라고.. 만일 하루가 25시간이나 26시간으로 길어진다면 그만큼 더 바쁘게 움직여야한다고 생각하니 안될 말이다.
지금으로도 충분히 나는 헤메고 있음이다.

웅휘를 낳고 난 후 나의 하루는?
웅휘 맘마 주고, 젖병 삶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간간이 밥도 먹고, 웅휘 잘 때 찔끔찔끔 따라 자고, 이렇게 컴터앞에 앉아 가끔 글 남기고..
뭐 이러다보면 저녁 6시가 후딱 오고, 다시 저녁준비..
저녁엔 이틀에 한번 웅휘 목욕시키고(참고로 목욕시키는 날은 더 정신없음)
앗! 중요한 것 하나.. 우는 웅휘 달래고, 웅휘앞에서 재롱피우고 얼르고..
어라? 새벽에는 졸린 눈 비비며 맘마 타주고..
전과는 180도 다른 나의 하루이다.
특히 빨래.. 웅휘 빨래랑 우리 빨래는 따로 하는데.. 우리집 구조상 마당에 있는 빨래줄과
모자를때는 빨래대에 널어야하는데, 그것이 마당으로 가려면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그 계단 오르내리며 빨래 널고 걷고 하는것 장난아니다.
게다가 비라도 올 것처럼 날이 꾸물거린다면 몇번이고 걷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갈등 일으키며
오르락 내리락..
ㅋㅋ.. 다리는 단련이 되겠지..
어쨌든 이런 것이 내 일상이 되버렸다. 그런데 이리 짬이 모자랄수록 난 하고 싶은것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그러면서 내 맘속에서 바라던 걸 못하고 하루가 지나가면 안타까움이
마구 밀려온다. 그리곤 다시 내일부터 해야지..
이러다 보면 지금 난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 나의 우울한 생각들을 한번에 씻어내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웅휘의 미소이다.
누워있는 웅휘에게 다가가서 웅휘야~ 한번 부르면 나를 보고 입이 함박되어 웃는다.
때로는 소리내서 웃기도 한다.
이래서 모든 엄마들이 그 지리한 시간들을 지나며 아기를 키우는 것 같다

난 지금도 자다깨다 하는 웅휘를 바삐 돌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겨우 짬내다

이제사 겨우 웅휘가 잠이 들었다.
잠 한번 들기가 그리 힘든지… 쯧쯧..
드뎌 본격적으로 애기엄마노릇을 하게됐다.
젖병도 열심히 삶고, 옷가지도 열심히 삶고..
우는웅휘 달래고, 가끔 짜증도 내고.. ㅋㅋ
그래도 이쁘네.. ^^

심심…….. Zzzzzzzzz

요즘은 100미터 달리기에 앞서 출발신호를 맘졸이며 기다리는 학생같은 심정이다.

난 달리기를 꽤 두려워(?)한다. 초등학교때부터 달리기는 영 ~~ 아니올시다 였으며,
특히 그 뭐더라.. 딱총이라해야하나..
그 총소리가 들릴때의 경끼? 움찔 놀라 이미 다른 아이들보다 한템포 느리게 발을 내딛다보면
내 발은 항상 제자리걸음인 듯 했다.
오죽했으면 운동회 전날 개에 매달려 트랙을 뛰는 개~꿈까지 꿨을까.. 그래도 그 꿈에서는
일등을 햇으니 현실보다는 나은셈이다.
어쨌든 달리기는 중고등부의 학창시절까지 나를 괴롭혀왓던것같다. 체력장으로..

그런데, 바로 지금이 달리기출발라인에서 숨죽이며 딱총소리가 언제 울릴까 .. 기다리는 조마조마한 그 상태이다. 이제 예정일은 열흘도 안남았으며, 하루하루 언제 진통이 올까를
두렵고도 설레는 맘으로 기다리고 있다.
위급상황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므로 병원 갈 가방을 꼼꼼히 챙겨놓는가하면, 연락처가 든
수첩은 항상 내 사정거리에 두고 있고, 반나절을 묵혀두던 설겆이도 먹은 후 그때그때 후딱 헤치워버린다. 음.. 또 한가지 휴대폰 베터리도 항시 충전 대기상태이다.
이젠 진통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뱃속의 아기가 넘 자라서 나오면 자연분만을 할 때 무지 고생한다고 다들 말한다.
지금이 그래도 적당한 시기인것 같은데..

100미터 달리기든, 출산이든 끝이 보이는것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100미를 하면서 느끼는건 스스로 아무리 열심히 발을 구르는것 같아도 제자리인 것 같아 창피하고 고통스럽기까지 하지만 어느순간 보면 나는 열심히 달리기위해 무진장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내 발 한쪽은 그리 멀게만 느껴지던 마지막라인을 밟고 숨을 켁켁대며 몹시 가뿐
숨을 내쉬고 있다. 그리고 아~ 이제 끝났다하는 안도감..
그러면서 몇초안에 들어왔나하는 궁금증에 확인해보면 나쁜 점수는 아니구나
이정도면 충분하다. 만족하다.. 그리고 또 달려오는 다른 친구들의 일그러진 얼굴들을 보면서
내가 달릴 때의 그 고통스러움은 파도에 씻겨나간 듯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것이다.
출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딱총소리와도 같은 진통이 시작되면 나는 달리기를 해야한다. 고통스런 달리기..
하지만 어느순간 내 앞에 짠~ 하고 나타난 아가를 보고 있노라면 고통은 이미 지나는 바람에 날려버리고, 환희와 만족감에 휩싸이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다른 임산부들에게 나의 무용담을 쉴새없이 늘어놓고 있겟지.
그때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난 아직 산고를 느껴보기전이지만, 이세상의 엄마들은 모두 대단한 여걸들이라 생각된다.
그들의 어린생명을 꿋꿋하게 지키려는 여전사들..
나도 이제 그 전사들틈에 끼게 될 것이다.
아직도 두려운 맘이 더 크지만서도…..

동이 터온다..

몹시도 피곤하건만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정말 고문이다.

어제 너무 무리를 했나..
일요일마다 하는 대청소를 혼자서 슬로우모션으로 한참을 하고나서는
그림그리기 삼매경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결국 한밤중이 되서야 피곤이 마구 밀려왔다.
벌써 몇번째인지..
만들기든 그리기든 할때는 정신없이 하다가 결국 끙끙 앓고..
다시는 안하마, 이게 마지막이다 하면서 또 하고..
그러기를 몇번 서방도 날 포기했다.
하지만, 어제는 정말 서방과 다짐을 했다. 이젠 가만히 있기로..
그러면서 난 머리속으로 만들기에 필요한 미술용품을 구입할 생각을 정신없이 하다니…
이젠 몸을 풀때까지는 다시 안정모드로 바꿔야지..
그래서인지 새벽 4시부터 깨어있던 잠이 지금까지도 헤메고 있다
결국 4시50분쯤인가 까치와 참새들도 잠이 깨어 정신없이 지저귀는 소리에
나역시 더이상 잠을 청할 수 없다는 확인사살까지 하고야 말았다.
아~ 오늘은 할 일도 많은데..
병원도 가야하고, 기타등등 몇군데 더 다녀야하건만..
하루를 잘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겟다.
건강이가 잘 참아주기만 바랄뿐이다.
건강이도 잠을 못자서인지 키보드를 딱딱 두드리고 있는지금 연신 파도타기에 여념이 없다.
이젠 조금만 파도타기를 해도 아랫배가 당긴다.
그만큼 자란것이다.
기특한 것..
근데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야할텐데..

아자! 아자! 자자!

사랑스런 아가에게….

건강아!
엄마는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단다. 뭐냐구?
화분에 물을 듬뿍 주었지. 잎도 닦아주고, 화분주위에 묻어있는 흙도 말끔히 닦아내고..
그랬더니 이쁜 화초들이 더 이쁘고 파릇해보이는거 있지.
날씨가 참 좋거든.
집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날씨이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집에서 느껴야겠구나.
우리 앞집이 며칠전에 지붕을 새단장했걸랑.
파란색으로 기와를 다시 입혔는데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인지 그 빛이 더 파랗단다.

현관문을 열고 한발짝 내딛게 되면 계단 오른쪽으로 쪼르륵 크고 작은 화분들이 줄지어 있고,
고개를 들어 오른쪽 먼 정경을 보노라면 너른 논과 작은 동산이 한눈에 들어온단다.
풍요롭구나..
이젠 제법 물이 올라 초록이 더 초록으로 되버렸거든.
며칠전부터 오전 오후로 아저씨 한분이 큰 기계를 끌고 그 너른 논을 종횡무진하시더니 이미 모내기가 끝나 있구나. 흥건히 물이 고인 논바닥에 깊이 박힌 모들이 잦은 바람에 흔들거린단다.
아침에 문을 열고 오른쪽으로 눈을 돌렸을때-파란하늘과 초록대지, 상쾌한 공기, 맑은 햇살
그리고 들려오는 참새와 까치소리…
우리 건강이하고 엄마가 느끼는 풍경이란다.
참, 왼편으로는 이미 그 탐스런 꽃잎이 져버린 목련의 잎이 점점 커져 엄마 손바닥보다
커졌구나.풍성한 나무로 변신을 했지.
조금 있으면 부엌으로 난 창틀에 올려놓은 조그만 화분에서는 채송화꽃이 필거야.
앙증맞은 채송화는 그 빛깔도 색색이 곱단다.
이제 얼마 안남았지?
우리 건강이에게도 직접 보여줄게. 그 동안은 엄마의 눈과 마음과 감성으로 느꼈겠지만,
이젠 그 풍요로움을 직접 볼 수 있게될거야.
조금만 기다리렴.
윗집에서 김치찌개를 끓이는가보다. 이미 아침을 먹었건만 구수한 찌개냄새가 엄마의 왕성한
식욕을 자극하는구나.

어제는 엄마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지? 건강이 옷과 기저귀를 빨았단다.
얼마전 할머니 이모할머니, 고모 그리고 건강이 외숙모께서 사주신 옷이며 기저귀며
양말이며..
볕이 너무 좋아서 뽀드득 마르라고 어제 빨았단다.
두개의 빨래걸이에 널려있는 새하얀 기저귀와 앙증맞은 옷, 양말들이 어쩜 그리 이쁠까..
바람이 살랑 불때마다 날리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더구나.
혹, 바람에 그 여린 것들이 떨어질까봐 엄마는 수시로 문을 열고 내다보았지.
뽀송뽀송 잘 마른 그것들을 개어서 서랍장에 정리하고 난 후의 뿌듯함..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저녁에 아빠가 퇴근하셨을 때 잘 정돈된 건강이 옷가지들을 보여드렸더니 아빠도 무지
기뻐하셨단다.
참 그제는 아빠께서 ‘인어공주’동화를 읽어주셨는데, 우리 건강이 잘 들었지?
아빠가 덜 피곤하시면 우리 건강이를 위해 더 많은 책을 읽어주실텐데, 일하시느나
피곤하셔서 자주 못하사는거니까 건강이가 아빠를 이해해드리렴.
아빠께서 건강이를 사랑하시는 맘은 정말 크거든…

오늘은 건강이 베개에 십자수를 빨랑 놓아야겠다. 턱받이는 이미 끝나서 걸어놓았는데…
빨리 완성해서 우리 아가에게 보여줄게.

아까 시골에 계신 외할아버지와 통화를 했는데 외할아버지 목소리에 기운이 없으시더구나.
외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시단다. 힘내시라고, 건강하시라고, 오래오래 사셔서 건강이
재롱 보시라고 우리 건강이가 힘을 드리렴.

사랑한다. 사랑스런 우리 아가~~~

——마음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