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100미터 달리기에 앞서 출발신호를 맘졸이며 기다리는 학생같은 심정이다.
난 달리기를 꽤 두려워(?)한다. 초등학교때부터 달리기는 영 ~~ 아니올시다 였으며,
특히 그 뭐더라.. 딱총이라해야하나..
그 총소리가 들릴때의 경끼? 움찔 놀라 이미 다른 아이들보다 한템포 느리게 발을 내딛다보면
내 발은 항상 제자리걸음인 듯 했다.
오죽했으면 운동회 전날 개에 매달려 트랙을 뛰는 개~꿈까지 꿨을까.. 그래도 그 꿈에서는
일등을 햇으니 현실보다는 나은셈이다.
어쨌든 달리기는 중고등부의 학창시절까지 나를 괴롭혀왓던것같다. 체력장으로..
그런데, 바로 지금이 달리기출발라인에서 숨죽이며 딱총소리가 언제 울릴까 .. 기다리는 조마조마한 그 상태이다. 이제 예정일은 열흘도 안남았으며, 하루하루 언제 진통이 올까를
두렵고도 설레는 맘으로 기다리고 있다.
위급상황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므로 병원 갈 가방을 꼼꼼히 챙겨놓는가하면, 연락처가 든
수첩은 항상 내 사정거리에 두고 있고, 반나절을 묵혀두던 설겆이도 먹은 후 그때그때 후딱 헤치워버린다. 음.. 또 한가지 휴대폰 베터리도 항시 충전 대기상태이다.
이젠 진통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뱃속의 아기가 넘 자라서 나오면 자연분만을 할 때 무지 고생한다고 다들 말한다.
지금이 그래도 적당한 시기인것 같은데..
100미터 달리기든, 출산이든 끝이 보이는것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100미를 하면서 느끼는건 스스로 아무리 열심히 발을 구르는것 같아도 제자리인 것 같아 창피하고 고통스럽기까지 하지만 어느순간 보면 나는 열심히 달리기위해 무진장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내 발 한쪽은 그리 멀게만 느껴지던 마지막라인을 밟고 숨을 켁켁대며 몹시 가뿐
숨을 내쉬고 있다. 그리고 아~ 이제 끝났다하는 안도감..
그러면서 몇초안에 들어왔나하는 궁금증에 확인해보면 나쁜 점수는 아니구나
이정도면 충분하다. 만족하다.. 그리고 또 달려오는 다른 친구들의 일그러진 얼굴들을 보면서
내가 달릴 때의 그 고통스러움은 파도에 씻겨나간 듯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것이다.
출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딱총소리와도 같은 진통이 시작되면 나는 달리기를 해야한다. 고통스런 달리기..
하지만 어느순간 내 앞에 짠~ 하고 나타난 아가를 보고 있노라면 고통은 이미 지나는 바람에 날려버리고, 환희와 만족감에 휩싸이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다른 임산부들에게 나의 무용담을 쉴새없이 늘어놓고 있겟지.
그때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난 아직 산고를 느껴보기전이지만, 이세상의 엄마들은 모두 대단한 여걸들이라 생각된다.
그들의 어린생명을 꿋꿋하게 지키려는 여전사들..
나도 이제 그 전사들틈에 끼게 될 것이다.
아직도 두려운 맘이 더 크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