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아!
엄마는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단다. 뭐냐구?
화분에 물을 듬뿍 주었지. 잎도 닦아주고, 화분주위에 묻어있는 흙도 말끔히 닦아내고..
그랬더니 이쁜 화초들이 더 이쁘고 파릇해보이는거 있지.
날씨가 참 좋거든.
집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날씨이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집에서 느껴야겠구나.
우리 앞집이 며칠전에 지붕을 새단장했걸랑.
파란색으로 기와를 다시 입혔는데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인지 그 빛이 더 파랗단다.
현관문을 열고 한발짝 내딛게 되면 계단 오른쪽으로 쪼르륵 크고 작은 화분들이 줄지어 있고,
고개를 들어 오른쪽 먼 정경을 보노라면 너른 논과 작은 동산이 한눈에 들어온단다.
풍요롭구나..
이젠 제법 물이 올라 초록이 더 초록으로 되버렸거든.
며칠전부터 오전 오후로 아저씨 한분이 큰 기계를 끌고 그 너른 논을 종횡무진하시더니 이미 모내기가 끝나 있구나. 흥건히 물이 고인 논바닥에 깊이 박힌 모들이 잦은 바람에 흔들거린단다.
아침에 문을 열고 오른쪽으로 눈을 돌렸을때-파란하늘과 초록대지, 상쾌한 공기, 맑은 햇살
그리고 들려오는 참새와 까치소리…
우리 건강이하고 엄마가 느끼는 풍경이란다.
참, 왼편으로는 이미 그 탐스런 꽃잎이 져버린 목련의 잎이 점점 커져 엄마 손바닥보다
커졌구나.풍성한 나무로 변신을 했지.
조금 있으면 부엌으로 난 창틀에 올려놓은 조그만 화분에서는 채송화꽃이 필거야.
앙증맞은 채송화는 그 빛깔도 색색이 곱단다.
이제 얼마 안남았지?
우리 건강이에게도 직접 보여줄게. 그 동안은 엄마의 눈과 마음과 감성으로 느꼈겠지만,
이젠 그 풍요로움을 직접 볼 수 있게될거야.
조금만 기다리렴.
윗집에서 김치찌개를 끓이는가보다. 이미 아침을 먹었건만 구수한 찌개냄새가 엄마의 왕성한
식욕을 자극하는구나.
어제는 엄마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지? 건강이 옷과 기저귀를 빨았단다.
얼마전 할머니 이모할머니, 고모 그리고 건강이 외숙모께서 사주신 옷이며 기저귀며
양말이며..
볕이 너무 좋아서 뽀드득 마르라고 어제 빨았단다.
두개의 빨래걸이에 널려있는 새하얀 기저귀와 앙증맞은 옷, 양말들이 어쩜 그리 이쁠까..
바람이 살랑 불때마다 날리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더구나.
혹, 바람에 그 여린 것들이 떨어질까봐 엄마는 수시로 문을 열고 내다보았지.
뽀송뽀송 잘 마른 그것들을 개어서 서랍장에 정리하고 난 후의 뿌듯함..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저녁에 아빠가 퇴근하셨을 때 잘 정돈된 건강이 옷가지들을 보여드렸더니 아빠도 무지
기뻐하셨단다.
참 그제는 아빠께서 ‘인어공주’동화를 읽어주셨는데, 우리 건강이 잘 들었지?
아빠가 덜 피곤하시면 우리 건강이를 위해 더 많은 책을 읽어주실텐데, 일하시느나
피곤하셔서 자주 못하사는거니까 건강이가 아빠를 이해해드리렴.
아빠께서 건강이를 사랑하시는 맘은 정말 크거든…
오늘은 건강이 베개에 십자수를 빨랑 놓아야겠다. 턱받이는 이미 끝나서 걸어놓았는데…
빨리 완성해서 우리 아가에게 보여줄게.
아까 시골에 계신 외할아버지와 통화를 했는데 외할아버지 목소리에 기운이 없으시더구나.
외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시단다. 힘내시라고, 건강하시라고, 오래오래 사셔서 건강이
재롱 보시라고 우리 건강이가 힘을 드리렴.
사랑한다. 사랑스런 우리 아가~~~
——마음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엄마가..
글을 읽고 있자니 그 때가 지금처럼 생생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