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쓴 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삐져나왓다.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 ㅋㅋ 거창해보여라..
며칠 전 제사를 지내기 위해 시댁을 갔었다. 가기전 서방의 친구 결혼식에 들러 정신없이 한상 거하게 차려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왓기에 아무래도 나의 실하지 못한 장이 놀란 것 같았다. 그래서 화장실로 직행..
나의 변비기를 달래며 넋을 놓고 앉아있는데, 창문너머로 무엇인가 움직이는게 보였다
다람쥐였다
열매를 주웠는지 연신 두손을 모아 입에 가져다 오물대고 있는것이 아닌가..
처음엔 다람쥐가 맞나 두 손으로 쌍안경을 만들어서 보기도 했는데, 고것이 옆으로 돌아서는 순간 다람쥐가 맞았다. 아주 작았다.. 귀여운 것..
한참을 무언가를 먹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바람같이 사라져버렸다.
내가 집 근처에서 다람쥐를 본 것이 언제였더라.. 참 오랜만이다.
예전에 그러니까 지금은 친정이라해야겠지..
우리집 바로 뒤는 터가 넓었다. 또 그뒤로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도 있었다.
뭐 지금도 똑같은 자리에 집이 있긴 하지만 집도 새로 짓기도 한데다 많이 변형된 상태다
장독대를 돌아 들어가는 뒤 터가 보물창고라 해야했던가… 아마도 채소와 과일이 없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복숭아 나무, 사과나무, 대추나무, 봉두나무, 포도나무, 토마토, 앵두나무, 딸기등등에 배추, 파,아욱, 상추, 부추, 도라지등등
언제든 가서 달고 맛난 커다란 복숭아를 물 질질 흘리며 먹었었고, 벌레가 먹어 먹기엔 불편했지만 요상한 맛난 맛을 내는 봉두나무, 알은 통통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달았던 포도나무, 넓은잎에 가려져 찾기가 힘들었던 딸기는 으깨어 설탕넣어 시원하게 먹었었고, 앵두나무는 한알 한알 따먹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없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중 아마도 가장 먼저 우리곁을 떠났던 과일나무가 앵두나무가 아니었나싶다.
그것은 그렇게 우리가 즐겨찾았던 앵두를 즐겨찾는 이가 또 있었기때문이었다
쥐방울만한 다람쥐들…
다람쥐가 얼마나 앵두를 잘 따먹는지..
어느날은 아버지가 다람쥐를 잡아 쳇바퀴가 들어있는 우리안에 넣은 적도 있었다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던 모습이 지금도 어렴풋이 생각난다
어쨌든 난 다람쥐들때문에 앵두나무를 잘라버릴거라는 아버지말씀에 어린맘에 얼마나 섭섭해하고 속상해했는지 모른다. 그 맛있는 앵두를…
그리고 어느날은 학교를 파하고 오니 뒷뜰을 온통 뒤덮었던 딸기도 온데 간데 없는 것이다. 너무 빠른속도로 세력확장을 해나가던 딸기를 더이상은 그냥 놔두는 것이 힘에 버거우셨던 것 같다. 그렇게 하나둘씩 과일 나무들은 곁을 떠나갔다.
동네아이들이 서리를 하려고 왔다가 잘못 불을내서 타버린 복숭아 나무에 살려보시겠다고 접을 붙였었는데.. 에그머니나 개복숭아나무가 되버렸고, 벌레가 너무많이 먹는 봉두나무도..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그렇게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지금은 그 뒷뜰이 사라지고, 예전에 살던 집과 오래전에 새로 지어진 집이 공존하며 살아간다.
물론 농사를 천직으로 아셨던 노부모님은 연세가 많은 지금도 집 앞 넓직한 텃밥을 소일거리로 가꾸며 살아가신다. 하지만 예전의 그 정겨운 뒤뜰은 아닌 것 같다.
벌레를 무서워하던 나는 엄마가 파한뿌리 뽑아오라시면 까치발로 뒷뜰을 이리저리 종횡무진 한 것도 같고, 지렁이 나올까봐 눈 동그랗게 뜨고 다니고..
지금도 시댁가면 똑같지만… 무엇인가가 땅 속에서 불쑥 튀어나올까봐 긴장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찌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다. 가끔은 내가 정말 시골태생이 맞는지 의심스럽기까지하니말이다.
어쨌든 나는 그 다람쥐 한마리로 인해 시댁식구들과의 저녁식사시간에 예전의 그 풍요로왔던 과일나무들 얘기를 할 수있어서 너무 좋았다. 과일 나무 하나하나 어른들께 말씀드릴때마다 내가 그것들을 야금야금 먹고 있는 것처럼 아주 맛났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언제가 나는 다람쥐를 또 볼 수있을 것이다. 나무들이 즐비한 낮은 산이 있고, 꽃들이 풍성하고, 텃밭이 있는 곳이 또 지금의 시댁이기때문이다. 그래도 나 어릴 적 그 뒷뜰은 어디에도 없을 듯 싶다. 두고두고 내 맘속에만 남아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