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권의 일기장의 끝페이지를 넘겼으므로 난 책장에서 일기장이 될 만한 노트를 찾았다.
뭐, 지금은 육아일기에 가깝지만..
눈에 띈 노트는 오래전에 인사동에 갔을 때 인연이 된 서책처럼 생긴 노트였다
들쳐보니 지난 시간의 일기 몇페이지가 있었다.
할머니의 49제에 대한 내용, 아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실려있는 내용…
그런데 참 재미있다
첫페이지에는 아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언젠가는 아기가 내게로 와서 노크해줄 것을 희망하는 내용이 적혀있는데, 지금은 이미 10개월을 향해 달리는 웅휘의 육아일기로 뒤를 잇는다.
웅휘에 관한 일기는 뱃속에 있을때 건강이로 불리던 때부터 지금까지 세권째 들어가는것 같다
그리고 양념으로 이유식 일지..
그래도 매일 못쓰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나마 손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기특해한다.
지금까지 나와 더불어 나이를 먹고있는 일기장이 아마 모아놓으면 대여섯권은 될 것 같다.
가끔 심심할 때 꺼내 읽어보면 왜 그리 유치하고 우스운지..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고민을 세상 끝날 것처럼 주저리 주저리 써내려간 것 보면
내심 쑥쓰러움에 얼굴까지 화끈 달아오르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이런 걸 가지고 다니면 뭐하나 하는 생각에 불태워버릴까도 했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지금껏 친구처럼 내 곁을 지켜주고 위로해준 일기장인데, 매정히 버릴수가 없었나보다.
어쨌든 일기장을 보면 그때 그때의 내 나이가 보인다.
이십대의 나는 한창 고민도 많고 이일 저일에 소심해하며 슬퍼하기도, 즐거워하기도 여러번..
하지만 서른 중반이 되어버린 지금은 온통 아이에 관한 내용이다
아이로 인해 울고, 웃고, 신기해하고..
이제 아이가 어느정도 자라고 사십이 훌쩍 넘어버리면 그때는 세상에 너그러워지고, 좀 더 편안해진 모습으로 살고 잇는 나의 생활이 일기장에 투영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한다.
그때가서 지금이 또 유치해보일지라도, 계속 나의 감수성을 자극하기를 바라며 나와 같이 나이먹어 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