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터온다..

몹시도 피곤하건만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정말 고문이다.

어제 너무 무리를 했나..
일요일마다 하는 대청소를 혼자서 슬로우모션으로 한참을 하고나서는
그림그리기 삼매경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결국 한밤중이 되서야 피곤이 마구 밀려왔다.
벌써 몇번째인지..
만들기든 그리기든 할때는 정신없이 하다가 결국 끙끙 앓고..
다시는 안하마, 이게 마지막이다 하면서 또 하고..
그러기를 몇번 서방도 날 포기했다.
하지만, 어제는 정말 서방과 다짐을 했다. 이젠 가만히 있기로..
그러면서 난 머리속으로 만들기에 필요한 미술용품을 구입할 생각을 정신없이 하다니…
이젠 몸을 풀때까지는 다시 안정모드로 바꿔야지..
그래서인지 새벽 4시부터 깨어있던 잠이 지금까지도 헤메고 있다
결국 4시50분쯤인가 까치와 참새들도 잠이 깨어 정신없이 지저귀는 소리에
나역시 더이상 잠을 청할 수 없다는 확인사살까지 하고야 말았다.
아~ 오늘은 할 일도 많은데..
병원도 가야하고, 기타등등 몇군데 더 다녀야하건만..
하루를 잘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겟다.
건강이가 잘 참아주기만 바랄뿐이다.
건강이도 잠을 못자서인지 키보드를 딱딱 두드리고 있는지금 연신 파도타기에 여념이 없다.
이젠 조금만 파도타기를 해도 아랫배가 당긴다.
그만큼 자란것이다.
기특한 것..
근데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야할텐데..

아자! 아자! 자자!

사랑스런 아가에게….

건강아!
엄마는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단다. 뭐냐구?
화분에 물을 듬뿍 주었지. 잎도 닦아주고, 화분주위에 묻어있는 흙도 말끔히 닦아내고..
그랬더니 이쁜 화초들이 더 이쁘고 파릇해보이는거 있지.
날씨가 참 좋거든.
집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날씨이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집에서 느껴야겠구나.
우리 앞집이 며칠전에 지붕을 새단장했걸랑.
파란색으로 기와를 다시 입혔는데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인지 그 빛이 더 파랗단다.

현관문을 열고 한발짝 내딛게 되면 계단 오른쪽으로 쪼르륵 크고 작은 화분들이 줄지어 있고,
고개를 들어 오른쪽 먼 정경을 보노라면 너른 논과 작은 동산이 한눈에 들어온단다.
풍요롭구나..
이젠 제법 물이 올라 초록이 더 초록으로 되버렸거든.
며칠전부터 오전 오후로 아저씨 한분이 큰 기계를 끌고 그 너른 논을 종횡무진하시더니 이미 모내기가 끝나 있구나. 흥건히 물이 고인 논바닥에 깊이 박힌 모들이 잦은 바람에 흔들거린단다.
아침에 문을 열고 오른쪽으로 눈을 돌렸을때-파란하늘과 초록대지, 상쾌한 공기, 맑은 햇살
그리고 들려오는 참새와 까치소리…
우리 건강이하고 엄마가 느끼는 풍경이란다.
참, 왼편으로는 이미 그 탐스런 꽃잎이 져버린 목련의 잎이 점점 커져 엄마 손바닥보다
커졌구나.풍성한 나무로 변신을 했지.
조금 있으면 부엌으로 난 창틀에 올려놓은 조그만 화분에서는 채송화꽃이 필거야.
앙증맞은 채송화는 그 빛깔도 색색이 곱단다.
이제 얼마 안남았지?
우리 건강이에게도 직접 보여줄게. 그 동안은 엄마의 눈과 마음과 감성으로 느꼈겠지만,
이젠 그 풍요로움을 직접 볼 수 있게될거야.
조금만 기다리렴.
윗집에서 김치찌개를 끓이는가보다. 이미 아침을 먹었건만 구수한 찌개냄새가 엄마의 왕성한
식욕을 자극하는구나.

어제는 엄마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지? 건강이 옷과 기저귀를 빨았단다.
얼마전 할머니 이모할머니, 고모 그리고 건강이 외숙모께서 사주신 옷이며 기저귀며
양말이며..
볕이 너무 좋아서 뽀드득 마르라고 어제 빨았단다.
두개의 빨래걸이에 널려있는 새하얀 기저귀와 앙증맞은 옷, 양말들이 어쩜 그리 이쁠까..
바람이 살랑 불때마다 날리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더구나.
혹, 바람에 그 여린 것들이 떨어질까봐 엄마는 수시로 문을 열고 내다보았지.
뽀송뽀송 잘 마른 그것들을 개어서 서랍장에 정리하고 난 후의 뿌듯함..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저녁에 아빠가 퇴근하셨을 때 잘 정돈된 건강이 옷가지들을 보여드렸더니 아빠도 무지
기뻐하셨단다.
참 그제는 아빠께서 ‘인어공주’동화를 읽어주셨는데, 우리 건강이 잘 들었지?
아빠가 덜 피곤하시면 우리 건강이를 위해 더 많은 책을 읽어주실텐데, 일하시느나
피곤하셔서 자주 못하사는거니까 건강이가 아빠를 이해해드리렴.
아빠께서 건강이를 사랑하시는 맘은 정말 크거든…

오늘은 건강이 베개에 십자수를 빨랑 놓아야겠다. 턱받이는 이미 끝나서 걸어놓았는데…
빨리 완성해서 우리 아가에게 보여줄게.

아까 시골에 계신 외할아버지와 통화를 했는데 외할아버지 목소리에 기운이 없으시더구나.
외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시단다. 힘내시라고, 건강하시라고, 오래오래 사셔서 건강이
재롱 보시라고 우리 건강이가 힘을 드리렴.

사랑한다. 사랑스런 우리 아가~~~

——마음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엄마가..

봄예찬..

새 보금자리로 온지 3주정도가 지난 것 같다.
그러면서 나는 4월의 봄을 만끽하고 있고, 또 귀한 시간이 지나면서 5월의 신부였던 나를
회상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봄을 좋아하고 풍요로움을 느낀다.

이사한 후 일주일에 한번씩은 본가를 간 것 같다. 30분도 안되는 가까운 거리기도 하지만,
가는 길목부터 이 봄에 놓치기 아까운 구경거리들이 어느새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 때문이다.
그 길이란 것이 도심의 높다란 빌딩사이를 피곤히 해집고 가는 것이 아니라,
너른 벌판과 가로수들을 벗삼아 한껏 여유를 부리면서 갈 수 있다는 것이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행복일게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꽃샘추위덕에 연두빛 새순들이 나올락 말락 잔꾀를 부리더니
그새 변덕을 부려 이미 내가 눈치도 채기전에 뽑내고 있는 것이다.
서방과 나는 연신 좋아라 신이나했다.
서방의 운전에 방해가 될까싶어 꾹 담고 속으로 감탄사를 내지르려했건만
그 순수한 자연앞에서 도저히 참을성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가는 길목에는 농장의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만들어주었고,
겨우내 길다란 가지들을 바람에 휘날리며 쓸쓸하게 보이던 버드나무가지에는 야들야들한
연두빛 잎들이 봄바람에 춤을 추고 있었으며,
사방의 높고 낮은 산에는 진분홍 진달래와 연분홍 산벚꽃들의 색배합이 그림처럼 보였다.
또 길가의 화원마당에는 온갖 울긋불긋한 꽃들이 봄햇빛을 충분히 받으며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통일로변인데, 색색이 펼쳐지는 가로수들하며 길 한켠으로 화단을
곱게 만들어 놓아 지나는 운전자들의 눈과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본가가 있는 고골로 들어서자면 봄햇살을 받은 조용한 마을에 갖가지 봄꽃들과 새순 돋은
나무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론, 그 중에서는 우리가 주마다 찾아뵙는 본가도 빼놓을 수없는 하나의 눈요기 코스다.
집 안팎으로 심어놓은 꽃나무들과 야생화군단, 뒷산에 사철을 자랑하는 소나무들…
게다가 똘이와 호순이의 재롱까지..
어제도 봄꽃들을 찍느라 서방이 무지 바빴던 것 같다.
텃밭에도 이미 상추, 열무, 토마토, 부추, 딸기등등 봄의 기를 받고자 빼꼼이 고개들을
내밀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또한 여름을 풍요롭게 해주리라.

돌아올때는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오이부추김치와 돋나물 물김치, 몇개의 꽃화분을 염치없이 받아오는 며느리의 특권까지 누릴 수있었다.
배부른 변변찮은 며느리를 위해 그리 많은 배려를 해주시는 시부모님께 한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기셔서 두 분이 지금처럼 풍요로움과 행복을 언제까지나 간직하시기를
바랄뿐이다.

흐뭇! 역시 봄은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봄을 예찬하며…………………………………………………………………

져버린 목련꽃..

이사 후 한동안 나의 눈과 맘을 풍요롭게 해주었던 목련꽃이 이젠 옛 추억의 첫사랑처럼
아련히 남아 있다.
베란다를 거닐 때면 어김없이 눈에 들어오는 앙상한 나뭇가지와 파릇한 잎들..
그리고 시멘트 바닥에 쓸쓸히 누워있는 퇴색된 목련 잎들..
이제는 한낮 마당 한켠의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목련꽃잎들을 보자니 가끔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우리네 인생도 저러지 아니할까..
그래도 난 그 길을 간간이 지나면서 저 목련이 나에게는 즐거움이었고, 별 소일거리가 없었던
내게 그나마 위안을 주었었기에 쓸쓸히 퇴색되어버린 지금에서도
난 고마워하고 있다.
내년이 되면 그 탐스럽고 고귀한 자태를 또 볼 수 있으므로..
나두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의 그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고, 또 몇년후면 지금의 모습도 아련할 것이다.
지난 사진첩을 들쳐보며 그 통통하고 발랄했던 나를 추억하겠지.
하지만, 나이가 들어 지금의 나를 찾을 수 없을지라도 나는 지금의 내가 고맙다.
한 아가의 엄마가 되기위해 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내게는 꿈이요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제 곧 태어날 아가를 위해 난 아직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있지만,
같이 아파하면서 그 긴 시간들을 잘 견디어가고 있기에 더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고 있으리라.
내년이면 이맘때쯤 내가 그리 아쉬워하던 목련이 다시 필 것이고,
그때쯤이면 우리 아가도 그 목련을 같이 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시간들이 아니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나이듦을 서글퍼하는 것이 아니라
성숙된 나를 보며 흐뭇해할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겠지.
목련처럼 매년 외적인 아름다움을 또 찾을 수는 없겠지만, 내 맘만은 주름진 외모와는
반비례하면서 더 젊어지고 싱싱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내 몸속에 이제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꿈나무가 자라고 있으므로…

멈출 줄 모른다……..?

오늘 저녁도 변함없이 부른 배 두드리며 후회하고 있다.
왜 이리 많이 먹었을꼬..?
요즘의 나의 식성은 도저히 상상초월이다.
아무리 2인분이라고 하지만, 좀 심하긴 한데….
지금도 숨이차서 헥헥 –;
어제저녁엔 서방과 저녁식사를 간단히(?)하고, 토스트를 해먹고, 것두 모자라서
라면까지 끓여먹었다.
서방배나 나의 배나 오십보 백보이다.
착각하고 보면 서방이 아가를 가진 듯.. ㅋㅋ
오늘도 역시 환상의 콩나물김치찌개에 밥 두 그릇을 먹고, 땡땡한 배를 어루만지며
딸기를 씻어서 먹었다. 나혼자..
울 이쁜아가도 기분이 좋은지 연신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기특한 것..
내일은 식사량을 꼭 조절하리라..
부종이나 임신중독증등 그런류의 부작용을 피해가기위해서라도..
하지만 내일 역시 음식앞에서 작아지는 나를 보며 뿌듯해하리라.. 음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