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0원의 행복 ^^

어린이날 친가에 갔다가 웅휘를 낼름 떨궈놓고 왔다.
그러니 울 부부는 뜻하지않은 자유시간을 즐길 기회가 온 것이다.
일하는 동안 나는 내내 뉴코아아울렛을 생각했다. 저녁에 가봐야지..
어차피 오늘은 차를 서방이 가져갔고 데리러 온다고 햇으니…

사실, 난 얼마전 집에서 벌어진 결혼기념일 만찬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데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우아한 접시와 더불어 과도, 과일용 포크를 대신 할 나이프와 스테이크용 포크..
아직 우리한테는 스테이크용 식기셋트가 사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난 무지 비싸다고 생각했음] 언젠가 사리라 맘먹었기에 웅휘가 없을 때 사전답사를 하고 싶었다.

식기코너를 구경하다가 너무나 이뻐보이는 한 코너에 멈추어서 둘은 열심히 요모조모 구경하고 있었다. 접시앞에 놓여있는 19900원의 가격표..
당근 접시만 그 가격이라 생각하고 돌아서려 하는데…
점원 왈 거기놓여있는 디너셋트가격이 행사기간이라 그 가격에 모두 드린다는 것이다. 따져보니 스테이크용 접시 둘, 스프접시 둘, 샐러드접시 둘, 그리고 커피잔셋트.. 서방과 나는 눈으로 바로 저거야 하며 통하고 있었다.
결국 둘은 간단히 합의를 보고나서 나이프와 포크를 더해서 양손을 무겁게 만들어버렸다.
뭐 브랜드가 있는것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고 훨씬 비싼것도 많겠지만, 나에게는 그 디너 셋트가 너무나 깜찍하고 우아해보였다.
어라? 사려고 왔던 것이 아닌데… 하지만 서방과 나는 너무도 뿌듯해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꺼내놓고 요리보고 조리보고…
티브를 보다가도 화장실을 가다가도 물을 마시려고 하다가도 식탁위에 놓여있는 자잘한 인디언핑크 꽃무늬가 보기좋은 접시를 볼때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우와~ 언제 또 스테이크를 해먹지? ^^

정말 오랜만이죠?

참으로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뭐가 그리 짬이 안나는지..
그사이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다 열거하기는 무리가 있네요.
이젠 쥔장으로서 자주 들러서 홈피 관리를 해볼까 합니다.
서방이 홈피 리뉴얼도 한다해놓고, 아직 늑장(?)을..
다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이 바쁜 나날을 즐겨볼까합니다.
모두들 감기조심하세요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제목을 쓴 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삐져나왓다.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 ㅋㅋ 거창해보여라..

며칠 전 제사를 지내기 위해 시댁을 갔었다. 가기전 서방의 친구 결혼식에 들러 정신없이 한상 거하게 차려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왓기에 아무래도 나의 실하지 못한 장이 놀란 것 같았다. 그래서 화장실로 직행..
나의 변비기를 달래며 넋을 놓고 앉아있는데, 창문너머로 무엇인가 움직이는게 보였다
다람쥐였다
열매를 주웠는지 연신 두손을 모아 입에 가져다 오물대고 있는것이 아닌가..
처음엔 다람쥐가 맞나 두 손으로 쌍안경을 만들어서 보기도 했는데, 고것이 옆으로 돌아서는 순간 다람쥐가 맞았다. 아주 작았다.. 귀여운 것..
한참을 무언가를 먹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바람같이 사라져버렸다.

내가 집 근처에서 다람쥐를 본 것이 언제였더라.. 참 오랜만이다.
예전에 그러니까 지금은 친정이라해야겠지..
우리집 바로 뒤는 터가 넓었다. 또 그뒤로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도 있었다.
뭐 지금도 똑같은 자리에 집이 있긴 하지만 집도 새로 짓기도 한데다 많이 변형된 상태다
장독대를 돌아 들어가는 뒤 터가 보물창고라 해야했던가… 아마도 채소와 과일이 없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복숭아 나무, 사과나무, 대추나무, 봉두나무, 포도나무, 토마토, 앵두나무, 딸기등등에 배추, 파,아욱, 상추, 부추, 도라지등등
언제든 가서 달고 맛난 커다란 복숭아를 물 질질 흘리며 먹었었고, 벌레가 먹어 먹기엔 불편했지만 요상한 맛난 맛을 내는 봉두나무, 알은 통통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달았던 포도나무, 넓은잎에 가려져 찾기가 힘들었던 딸기는 으깨어 설탕넣어 시원하게 먹었었고, 앵두나무는 한알 한알 따먹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없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중 아마도 가장 먼저 우리곁을 떠났던 과일나무가 앵두나무가 아니었나싶다.
그것은 그렇게 우리가 즐겨찾았던 앵두를 즐겨찾는 이가 또 있었기때문이었다
쥐방울만한 다람쥐들…
다람쥐가 얼마나 앵두를 잘 따먹는지..
어느날은 아버지가 다람쥐를 잡아 쳇바퀴가 들어있는 우리안에 넣은 적도 있었다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던 모습이 지금도 어렴풋이 생각난다
어쨌든 난 다람쥐들때문에 앵두나무를 잘라버릴거라는 아버지말씀에 어린맘에 얼마나 섭섭해하고 속상해했는지 모른다. 그 맛있는 앵두를…
그리고 어느날은 학교를 파하고 오니 뒷뜰을 온통 뒤덮었던 딸기도 온데 간데 없는 것이다. 너무 빠른속도로 세력확장을 해나가던 딸기를 더이상은 그냥 놔두는 것이 힘에 버거우셨던 것 같다. 그렇게 하나둘씩 과일 나무들은 곁을 떠나갔다.
동네아이들이 서리를 하려고 왔다가 잘못 불을내서 타버린 복숭아 나무에 살려보시겠다고 접을 붙였었는데.. 에그머니나 개복숭아나무가 되버렸고, 벌레가 너무많이 먹는 봉두나무도..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그렇게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지금은 그 뒷뜰이 사라지고, 예전에 살던 집과 오래전에 새로 지어진 집이 공존하며 살아간다.
물론 농사를 천직으로 아셨던 노부모님은 연세가 많은 지금도 집 앞 넓직한 텃밥을 소일거리로 가꾸며 살아가신다. 하지만 예전의 그 정겨운 뒤뜰은 아닌 것 같다.
벌레를 무서워하던 나는 엄마가 파한뿌리 뽑아오라시면 까치발로 뒷뜰을 이리저리 종횡무진 한 것도 같고, 지렁이 나올까봐 눈 동그랗게 뜨고 다니고..
지금도 시댁가면 똑같지만… 무엇인가가 땅 속에서 불쑥 튀어나올까봐 긴장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찌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다. 가끔은 내가 정말 시골태생이 맞는지 의심스럽기까지하니말이다.
어쨌든 나는 그 다람쥐 한마리로 인해 시댁식구들과의 저녁식사시간에 예전의 그 풍요로왔던 과일나무들 얘기를 할 수있어서 너무 좋았다. 과일 나무 하나하나 어른들께 말씀드릴때마다 내가 그것들을 야금야금 먹고 있는 것처럼 아주 맛났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언제가 나는 다람쥐를 또 볼 수있을 것이다. 나무들이 즐비한 낮은 산이 있고, 꽃들이 풍성하고, 텃밭이 있는 곳이 또 지금의 시댁이기때문이다. 그래도 나 어릴 적 그 뒷뜰은 어디에도 없을 듯 싶다. 두고두고 내 맘속에만 남아있겠지…

시민의 숲 가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는 윤봉길의사 기념관이 있는 시민의 숲이 있다.

지난 토요일이던가 드뎌 이사 후 처음으로 우리 가족은 시민의 숲을 가보기로 했다.
날은 흐리기는 했지만, 산보하기엔 그러저럭 받쳐주는 적당한 날씨였다.
우와~ 그런데 여기가 정말 서울인가..
시민의 숲이라는게 정말 놀랄만했다. 매연과 소음으로 피곤한 서울 거리를 벗어나 숲길을 들어서는 순간 바깥세상과는 어느새 단절되어 버린듯 했다.
온통 울창한 나무덕에 하늘조차 나를 보지 못했으며, 평소 보기 어려운 나무들과 들꽃들이 놀랄만큼 풍성한 곳이었다.
더욱 놀라운것은 유모차를 끌며 걷다보니 보이는 사람도 몇안되고 참 한적하다 느꼈었는데,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보니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철없이 뛰어다녔고, 졸졸졸 맑은 시냇물에서는 물장난을 치는 학생들.. 도시락을 싸와서 파티하는 한무리들, 족구, 농구, 자전거 타는 연인 .. 도저히 바깥에선 상상할 수 없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정말 이곳이 낙원인가 할 정도.. 안타까운건 내 눈을 빌어 시민의 숲의 진면목을 모두 열거하기란 역부족…
직접 가보라는 말밖엔..
곧 비가 올 것 같아 끝까지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아쉽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도 전체를 본 듯한 넉넉함을 맛보았다. 그 사이 울 웅휘는 숲의 정기를 받으며 꿈나라로 솔솔… 어찌나 자는 모습이 천사같던지… (엄만 팔불출?)
참 오다가 자연학습장을 둘러보았는데, 울 웅휘가 크면 꼭 데려가서 이건 뭐고, 저건뭐야 하며 설명해주고 싶었다.
나올때쯤엔 비가 한두 방울.. 먹구름이 마구 밀려오고 있었다.
감탄에 감탄.. 우리는 햇살좋은 날 다시 이곳을 찾기로 하고, 곧 퍼질 애마를 타고 부릉부릉~~~~~^^

운치있는 밤..

어제 밤에 창문을 열었더니 너무나 이쁜 풍경이 눈앞에 보이더군요.
잎이 이제는 커버린 플라타너스 가로수에 둥근 달님이 걸려있었고,
평소엔 그리 많이 지나다니던 차들은 온데간데 없고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달아놓은 연등은 밤길을 밝히고 있었구요.
간만에 고요하고 운치있는 밤이었네요. 디카에 담아놓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제 눈과 맘에 담아놓았으니, 언제든 꺼내놓고 보여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