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독수리 부채.. 7월 어느날

6월부터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서방님이 덥다고 부채를 만들어 달라고 계속 재촉을 했었다.
난 알았다고 ㅋ 필이 와야지 한다고 하면서 계속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장마가 왔다. 아 이제 비가 오니까 괜찮겠지 했는데 비 오니까 습하고 덥다고 …
하루하루 미루다 보니 장마가 끝나가고 있었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밖에 눈도 못뜨게 해가 쨍!!!!
헉!! 오늘도 부채를 안해주면 정말 화낼 것 같아서 아침에 부랴부랴 부채작업을 시작했다.
독수리를 그려달라 했는데..
발등에 불떨어지니 오히려 붓이 더 잘 나갔다.
독수리처럼 비상하며 하늘위에서 건재하라고, 지금 하는 일 잘 되라고 기원하면서 그렸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어린왕자에서 인용된 글귀를 써주었다.
앞만보고 달리지말고, 주변도 보면서 중요한 것을 놓치지 (여기에는 가족 친구 이웃 건강 행복등등)말라는 의미에서 정성스레 썼다.
다행히도 출근할 때 가져갈 수 있었다. 마음에도 든다 했다.
가끔 퇴근해서 오늘 부채가 한 몫했다고.. 전철을 기다릴 때 전철안에서..
그런 말을 들을때면 내가 가지고 있는 재주가 참으로 감사하다.
그 부채로 이 더운 여름 건강히 잘 지나주길 바란다.
아빠부채

옥수수 먹는날.. 2016.7.24

시골에서의 이틀째..
비가 그리 퍼붓더니 소강상태를 보였다.
거실에서 바로 보이는 거실유리문 밖의 옥수수들..
난 지금까지 우리 시골집 옥수수만큼 맛있는 옥수수를 먹어보지 못했다.
그런말을 엄마에게 할 때면 엄마는
내가 얼마나 정성을 쏟는데.. 매일 오줌도 가져다 붓고.. 하시면서 우리들을 먹이려고 옥수수에 쏟는 정성을 꼭 강조하신다.
옥수수를 찔 때도 마당에 항상 걸려있는 양은 솥에다 푹 쪄내신다.
이맘때쯤 우리가 가면 꼭 옥수수 한 솥이 기다린다.
내가 나이가 먹은건가..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이 맛있는 옥수수를 먹을 날도 많이 남지 않았구나 하는 가슴 시린 생각이 났다.
그래서 엄마한테 우리집만큼 엄마가 찐 옥수수만큼 맛있는 옥수수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몇번을 얘기해드렸다.그러면 내심 엄마는 좋아하신다.
나는 지금 그 옥수수를 바라보고 있다. 엄마의 오줌을 매일 먹고 쑥쑥 잘 자라고 있는 옥수수..
옥수수를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부채에 옥수수 두대를 그렸다.
옥수수 두대를 그리니 딱히 쓸 글이 떠오르지 않았다. 난감했다 옥수수 그린 부채를 누굴 줄까..
그때 초등 4학년 조카가 와서 ” 와~ 옥수수 예쁘다 갖고 싶다..저도 옥수수 심었는데”
라고 한다.
난 ‘옥수수 먹는 날’이라고 쓰고서는 “윤서야 이 부채 윤서 줄까?” 했다 그랬더니 1초도 생각안하고 “네!!” ㅎㅎ

난 부채에 ‘윤서 윤지가 심은 옥수수 고모가 잘 먹을게’라고 써주었다.
ㅎㅎ 부채임자가 따로 있었다
옥수수부채
옷수수
양은솥

시골 가는 길..2016.7.23

아주 오랜만에 엄마가 홀로 계신 시골집을 가는 날..
90이 다 되어가시는 엄마는 여전히 시골 집을 지키고 계신다. 한번도 그 곳에 계시지 않는 엄마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가끔 이젠 나이들어서 힘들다고 다 정리하고 자식들 있는 곳으로 오신다고는 하시지만 그 곳을 떠나서는 힘들거라는 건 엄마도 자식들도 알고 있는 터였다.
마흔을 훌쩍 넘어 쉬흔을 바라보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 훨씬 전부터 사시던 곳이다. 근처에는 몇해전 떠나신 아버지가 계신다. 그 곳에는 엄마의 지난 힘든 세월의 굴곡이 모두 기억되고 있는 곳이다.
그 곳을 그리 쉽게 정리하고 떠나시지 못하실 거라는..
난 엄마와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안 좋은 편도 아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엄마의 사랑을 덜 받았다고 탓하는 내가 지금은 내 키보다 커버린 아들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젠 엄마의 마음을 아주 조금 아주 조금 알 듯 하다.
몇일 전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는 좀처럼 전화를 안하시는 분이다. 아니 잘 못하신다. 그런 분이 메실엑기스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전화를 주셨다.
음.. 뭐랄까… 마음이 뭔가 쿵!하는 기분.. 엄마도 이젠 누군가를 의지하실 때가 오셨구나 엄마에겐 굴곡많은 자식들이 많다. 그 중에 나는 그래도 참 평탄한 자식이라고 할까..
예전의 깐깐하고 까탈스런 엄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았다.

아침 7시쯤 벌떡 일어나 작업책상으로 갔다. 엄마에게 뭔가를 드리고 싶었다. 여름이니까 부채를 드려야겠는데, 부채에 뭘 표현해드릴까 곰곰 생각하다가 예전에 사랑초를 살갑게 보살피시는 엄마의 사진이 생각났다.
사랑초는 몇해동안 아주 오래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잘 크고 있는 화초이다. 그 사랑초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시는 엄마의 모습을 부채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상했다. 그 모습을 부채에 표현하는데 왜 코끝이 시큰해지는지…
그리는 내내 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참으로 독특하신 우리엄마.. 삶에 치여서 사는게 바빠서 자식들에게 살갑게 애정표현은 못하시지만 엄마만의 방식으로 깐깐하게 자식들을 챙긴다.지난 엄마의 생신때였던가..
전화를 해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말.. 엄마 여전히 옆에 계셔서 고마워요라고..
엄마는 분명 들었는데 쑥쓰러우셨는지 금새 다른 말로 화제를 돌리셨다.
그 마음이 전화상이지만 느껴졌다.
엄마의 깐깐함이 싫다고 반항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나 역시 엄마에게 애정표현을 제대로 해보지를 못했다.
부채에는 ‘엄마 사랑합니다’라고 그림옆에 수줍게 썼다.

시골에 도착해서 엄마한테 그 부채부터 보여드렸다. 역시나 예상대로 우리 엄마다 ㅎㅎ
손수 따서 찌신 옥수수를 우리에게 먹이는게 우선이기에 부채는 뒷전이 됐다.
하지만 나는 안다. 엄마는 그 부채에 표현된 내 마음을 아무도 모르게 느끼고 계실 거라는 걸..엄마부채1

엄마부채2
엄마부채

비오는 날

비오는 날 아침
밤새 비가 무섭게 내렸다. 아침잠이 많건만 비내리는 소리에 일찍 잠에서 깼다
그러고는 웬일로 작업 책상앞에..
무얼할까하다 여전히 비가 내리는 창밖풍경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옮겨보았다

‘참예뻐요’ 어제 참 예쁜 사람을 만났다 사진을 찍어주는데 너무 수줍어해서 소녀같다는 생각이~
그 생각을 하면서 참예쁜 사람들을 떠올리며 ^^

내 마음을 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큰 복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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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케이블방송의 드라마를 참 좋아한다. 흔히 말하는 요즘의 막장드라마가 아니라 삶에 대해 진솔하게 그려내는 것이 나를 티비앞에 꼭 붙어 앉아있도록 해준다. <또, 오해영> 꼭 빼놓지 않고 보는 드라마.. 그래서 ost도 참 좋아한다. 벤의 <꿈처럼> <사랑이 뭔데>
이미 종영을 해서 아쉽긴 하지만,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드라마이다. 역시 아줌마라 드라마를 좋아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래도 나름 드라마 보는 기준이 까다롭다.^^
여주와 남주의 감정 줄다리기속에서 감정에 솔직한 여주와 감정에 인색한 남주.. ㅎㅎ 딱 우리집을 보는 듯한 공감 백배 드라마라고나 할까..
하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바로 최종회의 병원 수술실앞에서이다.
결국 남주의 교통사고로 수술실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과 지인들..
그 초조함과 절망 슬픔을 깨 준 나의 워너비 여주 엄마의 반응이다. 죽을 지도 모르는 사위를 두고 벌떡 일어나더니 달력을 보며 뜬금없이 결혼 날짜를 잡는 모습(그 무서운 순간에 살아난 걸 기정사실화 시켜버린 엄마의 반응), 왜 그러는지 의도를 금새 파악하고 결혼날짜를 호들갑스럽게 잡고, 서로 축가를 부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호흥해주는 가족들과 지인들.. 그 모습을 보면서 지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 모습들을 누군가가 보면 웃기다거나 미쳤다고 할텐데 하면서도 이상하게 저 기운이 나에게 빠져들어 온다는 여주의 독백. 그러면서 나도 살려달라고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예쁜 드레스를 입고 싶다는 바램이 생긴다는…그런 과정속에서 드라마이긴 하지만 죽음을 앞두고 있던 남주의 운명이 바뀌어버렸다
아~ 그 장면을 보면서 긍정의 에너지가 얼만큼 놀라운가를 새삼 느꼈다.
드라마니까.. 현실에서 당연히 아니지라고 누군가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전달된 긍정의 전율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긍정의 힘은 어디서든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내가 갖는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꿔놓기란 당사자인 입장에서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설령 긍정의 생각대로 안될지언정 그 에너지가 운명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건 굳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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