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엄마가 홀로 계신 시골집을 가는 날..
90이 다 되어가시는 엄마는 여전히 시골 집을 지키고 계신다. 한번도 그 곳에 계시지 않는 엄마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가끔 이젠 나이들어서 힘들다고 다 정리하고 자식들 있는 곳으로 오신다고는 하시지만 그 곳을 떠나서는 힘들거라는 건 엄마도 자식들도 알고 있는 터였다.
마흔을 훌쩍 넘어 쉬흔을 바라보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 훨씬 전부터 사시던 곳이다. 근처에는 몇해전 떠나신 아버지가 계신다. 그 곳에는 엄마의 지난 힘든 세월의 굴곡이 모두 기억되고 있는 곳이다.
그 곳을 그리 쉽게 정리하고 떠나시지 못하실 거라는..
난 엄마와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안 좋은 편도 아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엄마의 사랑을 덜 받았다고 탓하는 내가 지금은 내 키보다 커버린 아들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젠 엄마의 마음을 아주 조금 아주 조금 알 듯 하다.
몇일 전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는 좀처럼 전화를 안하시는 분이다. 아니 잘 못하신다. 그런 분이 메실엑기스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전화를 주셨다.
음.. 뭐랄까… 마음이 뭔가 쿵!하는 기분.. 엄마도 이젠 누군가를 의지하실 때가 오셨구나 엄마에겐 굴곡많은 자식들이 많다. 그 중에 나는 그래도 참 평탄한 자식이라고 할까..
예전의 깐깐하고 까탈스런 엄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았다.
아침 7시쯤 벌떡 일어나 작업책상으로 갔다. 엄마에게 뭔가를 드리고 싶었다. 여름이니까 부채를 드려야겠는데, 부채에 뭘 표현해드릴까 곰곰 생각하다가 예전에 사랑초를 살갑게 보살피시는 엄마의 사진이 생각났다.
사랑초는 몇해동안 아주 오래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잘 크고 있는 화초이다. 그 사랑초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시는 엄마의 모습을 부채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상했다. 그 모습을 부채에 표현하는데 왜 코끝이 시큰해지는지…
그리는 내내 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참으로 독특하신 우리엄마.. 삶에 치여서 사는게 바빠서 자식들에게 살갑게 애정표현은 못하시지만 엄마만의 방식으로 깐깐하게 자식들을 챙긴다.지난 엄마의 생신때였던가..
전화를 해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말.. 엄마 여전히 옆에 계셔서 고마워요라고..
엄마는 분명 들었는데 쑥쓰러우셨는지 금새 다른 말로 화제를 돌리셨다.
그 마음이 전화상이지만 느껴졌다.
엄마의 깐깐함이 싫다고 반항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나 역시 엄마에게 애정표현을 제대로 해보지를 못했다.
부채에는 ‘엄마 사랑합니다’라고 그림옆에 수줍게 썼다.
시골에 도착해서 엄마한테 그 부채부터 보여드렸다. 역시나 예상대로 우리 엄마다 ㅎㅎ
손수 따서 찌신 옥수수를 우리에게 먹이는게 우선이기에 부채는 뒷전이 됐다.
하지만 나는 안다. 엄마는 그 부채에 표현된 내 마음을 아무도 모르게 느끼고 계실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