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대상..

어제는 지난주에 마무리를 못한 정물을 완성했다.
정물을 앞에 놓고 대할 때는 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앞서지만, 곧 몰입을 하곤 한다.
그게 연필의 묘한 매력인 듯 하다.
채움과 생략.. 모든 걸 채워 표현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완벽함을 바라는 성격과도 연결된다고 하신다.
요즘은 완벽함보다 귀차니즘에 빠져 나사 몇개 풀린 사람처럼 허당끼를 발휘한다.
하지만 그림에서만큼은 완벽해지고싶나보다.
그 마음이 그림을 숨을 못 쉬게 하는 것도 같고..
채우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고 비우기도 하고 날리기도 하고..
쌤과 얘기하며 그림을 그리면서 비움을 배워야겠다고 했다.

꽃이름이 -네오마리카 글라시리스- 너무 길기도 하고 예뻐서 메모를 해두었다. 꽃이 일곱송이나 피웠다고 행운이라고 하신다.
처음 보는 꽃인데 단아하면서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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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화실 첫날!
설레임때문인지 긴장감때문인지 버스를 타고 갈 때 멀미를 했다.
몇년만에 연필을 제대로 잡아보는지..
그릴 대상을 앞에 놓고 밀려오는 그 긴장감이란 너무 오랜만에 이젤앞에 앉은 나에게는 쉽지않은 첫 날이었다.

오랜만에 의자에 긴 시간을 앉았던터라 나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버렸다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ㅎㅎ 쌤이 준 초코과자에 정신이 좀 돌아와 화색이 돌 정도였으니..
쌤이 시범을 보이면서
“그림을 보니 참 많이 하고 싶었을 것 같다고..”
그림을 배우고 그릴 때 아이도 어리고 상황이 힘들었어서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은 생각이 안났었다고 했다. 그래서 정말 그리고 싶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고..
그러고나서 5년여가 흐른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도전이라고 했다.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인지 찾아달라고하면서..
어떠한 이유로라도 안될 것 같으면 미련없이 접겠다고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 어떻게 참았냐고 한 쌤의 말이 생각나면서 내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 뭉클해지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생각에 빠져 걷고 있는데, 낯선 여자가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잠깐만 얘기하자고 길을 막았다.
‘도를 아십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정색을 하면서 바쁘다고 하니까 뭐가 그렇게 매일 바쁘신 거냐고..
앞을 계속 가로막는 바람에 겨우 뿌리치고 뒤도 안돌아보고 걸어갔다.

넋 놓고 감성에 빠져 걷는 것도 허락이 안되는 요즘~

어쨌든 드디어 시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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