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리를 나누어 경제를 살린다. 잡 쉐어링(Job Sharing)












일 자리를 나누어 경제를 살린다. 잡 쉐어링(Job Sharing)
































2월은 졸업식의 달입니다. 졸업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과 설램 그리고 걱정이 함께 하겠지요. 그런데 최근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차지하는 정도가 더 많아졌습니다. 이제 직장에 다니며 자신이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것을 펼쳐야 하는데 아직 취직을 못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잡 쉐어링(Job Sharing, 일자리 나누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원들 또는 신입사원들의 급여를 깍아서 남는 돈으로 새로 더 많은 사람들을 뽑으라고 하는 것이지요. 공기업부터 시작해서 여러 기업에서 동참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전에도 잡 쉐어링(Job Sharing, 일자리 나누기) 또는 워크 쉐어링(Work Sharing, 일 나누기)를 한 나라들이 있었습니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에서 진행되어 성공한 경우도 있고 실패한 경우도 있습니다. 성공적인 독일의 사례와 실패했던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독일 폭스바겐사의 일자리 나누기는 아주 극적입니다.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예 ‘아우토 5000’이라는 회사를 만들었으니까요. ‘아우토 5000’은 폭스바겐의 자회사로 만들어져 자동차 개발은 폭스바겐에서 하고, 생산과 판매 같은 다른 활동은 자체 진행하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흔히 말하는 좋은 조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최소 2년 이상 실업자이어야 한다는 자격만 두었습니다. 40세 이상이 되면 다른 회사에 취업하기도 힘든데 비해 ‘아우토 5000’에서는 고령자 비율의 18%가 넘을 정도였습니다.
그 외에도 ‘아우토 5000’은 폭스바겐사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폭스바겐사 노동자들은 주 5일 35시간을 근무하는데 비해 ‘아우토 5000’에서는 주 5~6일 동안 28~42시간 사이에서 탄력적으로 근무합니다. 물론 법으로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일을 더 하면 수당이나 휴가로 돌려받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불량제품이 나오면 교대시간은 무임금으로 일하고, 월급은 5000마르크(2556유로)만 받기로 했습니다. 이 월급은 폭스바겐사에 비하면 15~20% 적은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노동자들은 급여 적은 것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 일자리를 마련해 준 회사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일을 합니다. 모든 것이 부족해보이는 아우토 5000에서는 ‘투란’이라는 가족용 밴을 생산해냈습니다. 실업자를 구제한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까지 겹치면서 높은 판매량을 달성했습니다. 게다가 회사가 만들어진지 2년째부터는 작은 규모지만 흑자를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독일 ‘아우토 5000’의 성공은 노동자와 사용자(노동자를 고용하고 급여를 주는 사람이나 회사) 간의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노동자도 회사 경영에 참여하면서 급여를 줄이는 양보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독일 사회 자체가 정부, 노동자, 사용자가 함께 합의하는 고용 안정의 틀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습니다.
일본은 2000년대초에 잡 쉐어링(Job Sharing, 일자리 나누기)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고, 경기가 악화된 현재 다시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잡 쉐어링(Job Sharing, 일자리 나누기)를 도입한 회사는 3년 간 4개에 불과했습니다. 그 실패 이유를 보면 가장 큰 것은 일본 회사들이 직원을 고용하고, 급여를 주는 방식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회사들은 능력에 따라 급여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이, 입사 순으로 급여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임금의 차이가 큽니다. 따라서 일본 기업들은 잡 쉐어링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늘려서 고용을 확대시켰습니다. 업무 시간은 줄였으나 급여를 줄이지 못해서 정부 보조금으로 그 차이를 메꿨습니다. 또한 직장을 다니고 있으면 더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일을 할 수 없어서 임금이 줄어든 사람의 경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즉 잡 쉐어링(Job Sharing, 일자리 나누기)을 통해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정한 고용 상태가 되었던 것이지요.

이런 사례들은 잡 쉐어링(Job Sharing, 일자리 나누기)을 막 시작한 우리나라에게 알려주는 점이 매우 많습니다. 먼저 잡 쉐어링(Job Sharing, 일자리 나누기)은 노동자, 사용자, 정부가 합의를 해서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노동자 입장에서 급여가 줄게 되면 당장 살기가 팍팍해집니다. 그러면 기업들이 물건을 만들어내더라도 살 사람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임금만 줄일 것이 아니라 노동자 1명 당 일하는 시간을 줄여 사람을 더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렇게 잡 쉐어링(Job Sharing, 일자리 나누기)를 하는 기업에게 혜택을 줘야 하구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잡 쉐어링(Job Sharing, 일자리 나누기)은 단순히 급여를 줄여 인턴직원을 더 뽑는 형태로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턴직원이 후에 제 역할을 해낸다면 다행이지만 몇 개월 단순한 일만 하다가 그만 두는 것으로는 기업에게도 개인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정규직 사이의 임금 차이를 줄이고, 다양한 형태나 시간대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즉, 사회적 합의을 바탕으로한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는 것이 진짜 잡 쉐어링(Job Sharing, 일자리 나누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오만원권, 이이의 어머니, 오천원권 뒷면 그림
     국제수지






국제수지는 1년 동안 자기 나라에 들어온 돈과 다른 나라로 나간 돈을 외화로 표시한 것입니다. 국제수지 흑자는 자기 나라로 들어온 돈이 많을 때, 국제수지 적자는 다른 나라로 나간 돈이 많을 때를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