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은 생각하지 마라. 매몰비용










지은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어갔습니다. 과자진열장에는 이번에 새로 나온 분홍색 포장의 과자가 보이길래 1,200원을 주고 그 과자를 샀습니다. 그리고 편의점 문앞에서 과자 봉지를 뜯고는 한 웅큼 집어서 입 안에 넣었습니다. 근데 그 순간 지은이는 퇫 하고 과자를 뱉어 버렸습니다. 과자는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 맵고 짰기 때문입니다. 1,500원이나 주고 산 과자는 아주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미 봉지를 뜯어 버려서 바꾸거나 돈을 돌려 받을 수도 없습니다. 지은이는 맵고 짜서 맛없는 과자를 마저 먹어야 할까요? 아니면 버려야 할까요?

지은이가 과자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낸 돈은 이미 내버려 다시 찾을 수 없는 돈입니다. 이런 돈을 매몰비용이라고 합니다. 무언가를 파 묻어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을 매몰이라고 하면 매몰비용은 파묻어서 보이지 않는 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돈이니 무엇을 결정할 때 이 돈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매몰비용으로 지은이의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은이가 과자값으로 낸 1,500원은 매몰비용입니다. 따라서 지은이가 과자를 계속 먹을 것인지 버릴 것인지를 선택할 때 생각해서는 안 되는 돈입니다. 지은이가 선택을 할 때 생각해야 하는 점은 그 과자를 먹어서 기분이 좋아지고 만족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지은이가 과자를 먹어서 만족을 느낄 수 없다면 먹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매몰비용은 흔히 본전을 찾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매몰비용은 무시해야 하는데, 본전을 생각하면 쉽게 발을 뺄 수가 없습니다. 문방구 앞에 있는 인형뽑기를 할 때도 한 번에 인형을 뽑기는 어렵습니다. 500원 동전을 한 개, 두 개, 세 개 넣어보지만 인형은 바로 입구에서 번번이 떨어지고 맙니다. 그동안 들어간 본전이 아쉬어서 자꾸 인형뽑기에 동전을 넣어보지만 인형은 내 손에 없고, 자꾸만 돈은 더 빠져나갑니다. 처음 한 두번해서 인형뽑기 포기했다면 매몰비용은 1,000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았을테지만 본전을 찾을 생각에 자꾸 하다보면 매몰비용 3~4,000원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즉, 더 큰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찾을 수 없는 돈은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요? 본전에 대한 생각은 떨치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지금 손해를 본 돈과 시간을 다시 찾을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알기도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경제를 공부해야 합니다. 지금 내가 쓴 돈과 시간과 정성이 매몰비용인지 아닌지를 알고 포기해야 할 것이면 빨리 포기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