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가장 가까운 경제문제, 물가










시장을 다녀온 후에 엄마의 한숨소리는 깊어집니다. 물가가 너무 올라 식사 준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삼겹살에 상추 싸먹기가 무섭게 되었고, 간식으로 먹는 과자값도 올라서 가게에서 2개 집을 것을 1개만 집게 되기도 합니다. 물가는 우리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경제레터에서는 물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물가는 우리가 사는 여러 가지 상품의 가격을 평균해서 나타낸 것입니다. 물가지수는 물가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 어떤 시점의 물가를 100로 놓고 비교하는 것입니다. 올해의 물가지수가 110이라면 기준연도에 비해 물가가 10% 오른 것이지요. 물가지수는 거래가 많은 상품에 가중치를 부여해서 계산을 합니다.
물가지수는 여러 기관에서 만드는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것은 통계청에서 만드는 소비자물가지수입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서 쓰는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조사한 것입니다. 한국은행에서 만드는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 간의 거래에서 이루어지는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조사합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조사 대상이 넓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물가 수준을 파악하는 기본이 됩니다. 이런 물가지수는 우리 경제의 상황을 판단하는데 사용됩니다. 물가가 갑자기 오르거나 내린다면 우리 경제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또 어떤 특정 상품들의 물가지수가 오른다면 그 상품들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므로 그 상품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농산물 물가지수가 많이 올랐다면 농산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므로 정부가 갖고 있는 농산물을 시장의 푸는 등의 일을 하게 됩니다.

물가가 오르기는 하지만 내리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물가는 왜 오르는 것일까요? 가격은 수요가 늘어나면 오르게 됩니다. 물가도 마찬가지로 수요가 늘어나면 오릅니다. 경제의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그리고 해외에서 돈을 많이 쓰면 수요가 늘어납니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급을 해주다가 결국 한계에 도달하면 물가는 오르게 됩니다. 공급이 줄어들어서 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자재, 노동력 등이 필요하고, 외국에서 원료를 수입해야 합니다. 만약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환율도 올라도 외국에서 수입하는 원료의 가격이 오르면 우리나라 국내에서 생산하는 상품의 원가가 오릅니다. 또한 근로자의 임금이 오르는 것도 물가에 영향을 끼칩니다. 임금이 오른 만큼 생산성이 늘어나지 않으면 이 또한 물가를 오르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물가가 오르면 월급이나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보통 사람들은 생활이 힘들어집니다. 월급이나 연금은 오르지 않는데, 사야 할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오르기 때문이지요.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돈의 가치는 줄어듭니다. 반면에 부동산이나 귀금속 같은 실물의 가치는 올라가게 됩니다. 즉 서민이나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더 부유하게 됩니다. 또한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저축을 덜 하게 되고, 기업들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보다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등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게 됩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전반적인 경제 사정은 나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가 물가안정입니다. 물가안정은 우리 경제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와 투기










석유값이 오르는 이유는 단지 전 세계적으로 석유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매일 장을 볼 때 엄마가 한숨 쉴 정도로 각종 식재료값이 오르는 것이 날씨가 나빠서 농산물이 잘 안 되었기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투기자본들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석유나 농산물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아주 많습니다. 투기란 무엇이길래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걸까요? 그리고 투자와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투기는 주식이나 부동산, 각종 상품을 거래할 때 짧은 기간 동안 생기는 가격 변동에서 오는 이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즉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인데, 아주 짧은 기간에 많은 이익을 보려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나온 농산물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날씨가 나빠서 농산물 재배가 잘 되지 않으면 수확량이 줄어듭니다. 그럴 경우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농산물의 양 즉 수요는 많고, 수확량 즉 공급은 적기 때문에 가격은 오릅니다. 이 때 투기자본들이 농산물을 사들이기 시작하면 돈이 농산물에 몰려 가격은 더 오르게 됩니다. 투기자본들은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팔아버려서 많은 이익을 남기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비싼 농산물을 사먹야 하는 피해를 보게 됩니다.


그에 비해 투자는 오랜 기간을 내다보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주식이나 부동산, 상품 등을 통해 이익을 보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투자와 투기를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구분 투자 투기
위험에 대한 태도 위험을 피함 위험을 각오
기간 장기간 짧은 기간
가격 움직임 장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오르기를 기대 짧은 기간 동안 갑자기 오르기를 기대
목표 달성 확률 높다 낮다
방식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투자 직감, 분석하지 않음

이렇게만 보면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 쉬울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약 사랑이가 ‘가나다 전자’라는 회사에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사랑이는 ‘가나다 전자’의 각종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한 후에, 장기적으로 계속 오를 수 있는 주식이라고 생각해서 투자를 했습니다. 그런데 ‘가나다 전자’에서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아서 주가가 갑자기 올랐습니다. 사랑이는 자기가 목표로 했던 주가에 도달해서 ‘가나다 전자’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많이 냈습니다. 그 후 ‘가나다 전자’는 회계를 잘못 하고, 획기적이고 내놓았던 제품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밝혀져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사랑이가 한 투자는 투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순식간에 올라 많은 이익을 남긴 후 그 주식은 갑자기 떨어졌다는 사실만 보면 투기 같지만 사랑이가 한 행동 자체는 장기간을 내다봤기 때문에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돈을 불리기 위해 하는 일들이 투자인지 투기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사회나 시장에 피해를 주지 않는 책임있는 자세로 돈을 불리는 것은 투자이고, 시장을 혼란스럽게까지 하면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현명하게 투자하기 위해서는 경제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책임있는 투자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면서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광고로 경기를 판단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기가 좋을 것인지 나쁠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경기를 예측해야 기업은 앞으로 투자를 더 할지 결정하고, 소비자들은 저축을 해야 할지 더 소비를 할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의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지, 금리는 어떤지, 기업들이 주문은 많이 받았는지 등 객관적인 자료부터 소비자들은 물건을 더 사고 싶어하는지, 기업의 사장들은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등 주관적인 자료까지 많은 지수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지수를 다 알기 어려운 일반인들도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경기를 예측합니다. 몇 가지 재미있는 예를 소개하겠습니다.
가장 쉽게는 길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옷 색깔을 보고 경기를 예측하기도 합니다. 옷 색깔이 밝아지면 경기가 좋아지고, 옷 색깔이 어두어지면 경기가 나빠진다고 합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사람들이 옷을 더 사게 되고, 여러 가지 색깔 옷을 살 수 있습니다. 반면에 경기가 나빠지면 새 옷을 사 입기보다는 예전에 입던 옷을 입거나 사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어두운 색을 사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TV 광고를 보고 경기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내용의 TV광고가 많으면 경기가 좋은 것이고, 경기가 나빠지면 상품 이름을 15번이나 반복해서 말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상품 이름을 각인시켜서 물건 한 개라도 더 팔기 위해서이겠지요.
자동차 광고 문구에서도 경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 자동차 광고에 나오는 문구는 화려합니다. 세계 최고, 안락함, 편안함, 놀라운 속도 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경기가 나쁠 때는 얼마를 할인해 주고, 할부로 살 때 이자도 낮다는 점을 말합니다. 경기가 나쁠 때 사람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지금 사면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 집에 상하수도가 고장나거나 전기, 보일러 등이 고장나면 기술자를 불러야 합니다. 기술자가 빨리 와서 일을 처리해 주면 경기가 나빠지는 것이고, 늦게 오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기술자 입장에서는 경기가 나빠지면 일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요청이 온다면 빨리 일을 처리해주고 돈을 버는 것이 좋기 때문이겠지요.
경기가 나빠지면 립스틱 판매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여자들이 꾸미기 위해서는 옷, 액세서리, 신발, 화장품 등 여러 가지 물품이 필요한데 경기가 나빠지면 이런 것들을 다 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제일 싼 제품인 립스틱을 많이 산다는 것이지요.
눈을 좀더 높게 돌려 볼까요? 마천루 경쟁이 벌어지면 경기가 나빠진다고 합니다. 마천루 경쟁이란 초고층 빌딩을 너도 나도 세우겠다고 경쟁하는 것이지요. 경기가 좋을 때 기업들은 많이 벌어놓은 돈으로 초고층빌딩을 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빌딩이 완공될 쯤에는 경기가 하락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숫자로 표현되는 것 말고도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기에 대한 감이 있습니다. 엄마사랑 어린이들도 실생활에서 잘 관찰해 보세요. TV 광고는 어떤 것이 나오고 있는지, 사람들의 옷 색깔은 어떤지를 살펴보면 지금의 경제 상황과 앞으로의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눈치챌 수 있지 않을까요?

U인가? L인가? W인가?










U인가? L인가? W인가?
알파벳을 맞추는 게임이 아닙니다. 세계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예상하는 중입니다. 지난 2년간 전세계를 휩쓴 경제 위기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도 경기가 더 좋아질 것인지, 아님 좀 좋아지다가 더 나빠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전체적인 경제의 상태를 말하는 경기는 일정한 주기로 회복, 확장, 후퇴, 수축한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경기의 움직임이 늘 이렇게 순환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경기의 움직임을 알파벳 모양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U자형은 경기침체가 오랫동안 지속된 후 서서히 경기가 회복되는 것을 말합니다. L자형은 아주 오랫동안 불황이 계속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일본의 장기적인 경기침체 상황을 설명할 때 많이 쓰입니다. W자형 경기 움직임은 경기가 침체되었다가 조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경기가 침체되는 모습을 말합니다.
지금 전세계가 걱정하는 것은 W자형입니다. 이를 더블딥(Double Dip)이라고 합니다. 딥이란 감소하다, 떨어진다는 뜻으로 더블딥이란 두 번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경기순환 곡선이 마치 W자처럼 바닥을 두 번 치는 모습에 따왔습니다.
세계 경제에 위기가 닥쳤을 때 세계 각국은 힘을 합쳐서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금리를 낮추고, 시장에 돈을 풀었습니다. 정부는 지출을 늘렸고, 돈이 부족한 금융회사에 돈을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 때문에 세계 각국은 경기 침체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 때문에 세계 각국 정부는 빚에 시달리고 있기도 합니다. 이제 각 나라 정부는 경기를 끌어 올리기 위한 정책들을 하나씩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에 금리를 올렸습니다. 미국도 경기를 띄우기 위해 정책을 추가로 펼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의 실업률이나 주택경기가 좋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 은행이나 유럽 국가의 빚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더블딥이 올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아주 많습니다.
반면에 미국의 재무장관이나 우리나라의 기획재정부장관은 더블딥은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는 않고 있지만 다시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거라고 합니다. 유럽의 나라빚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중국이 높은 성장을 유지하고 있어 전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아직은 더블딥이 올지 아니면 느리게라도 경기가 회복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기 침체일 때는 세계 각국이 다 같이 경기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어떤 나라는 돈을 덜 쓰는 정책을 펼치고, 또 어떤 나라는 시장에 계속 돈을 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은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험에는 대비할 수 있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