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회가 없다. 독점












  선택의 기회가 없다. 독점
















Tops 경제교실 친구들이 이 경제레터를 보기 위해 컴퓨터를 켜면 대부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윈도우가 설치되어있을 거예요. 그리고 인터넷을 열기 위해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실행시킬 거구요. 궁금한 것이 있어 검색을 할 때면 네이버를 열고 찾아보겠지요. 부모님과 장을 보러가서 라면을 집어든다면 열에 일곱은 농심일 것입니다. 조미료는 대상에서 만든 미원일 가능성이 높고 삼겹살 4인분을 사기 위해 무게를 재는 전자저울은 카스구요. 여기에서 이름이 나온 기업들은 해당 분야에서 거의 독점에 가까운 업체들입니다. 해당 시장에서 그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70%를 넘으니까요.
세상에는 아주 많은 기업들이 있는 것 같은데, 왜 이처럼 특정한 기업에만 몰리는 현상이 일어날까요? 그리고 그것이 과연 우리 소비자들한테 좋은 일일까요?
독점이란 경쟁자가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어떤 특정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에서 공급하는 쪽이 하나인 경우입니다. 공급자가 몇몇이 있을 경우는 과점이라고 합니다. 공급자 수도 별로 없고, 그 중에서도 한 개 업체가 시장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할 경우에는 독과점이라고 합니다.
독점은 진입장벽 때문에 생깁니다. 어떤 시장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는 것을 높고 큰 벽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진입장벽이 생기는 이유는 먼저 규모의 경제 때문입니다. 규모의 경제란 어떤 물건을 만들 때 적은 수량만 만드는 것보다 일정 규모만큼 많이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물건 한 개를 만들기 위해 공장을 세우고 노동자를 고용할 때 비용이 1,000만원이 들었다고 하면 이 물건의 평균 비용은 1,000만원입니다. 그런데 그 공장과 노동자를 이용해서 물건 1,000개를 만들면 비용이 1,100만원 정도 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미 있는 공장과 노동자를 이용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이 물건의 평균 비용은 11,000원입니다. 1,000만원과 11,000원은 엄청난 차이입니다. 즉 물건을 많이 생산해서 오히려 비용이 줄어든 것이지요. 이렇게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 때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자연적으로 독점이 생깁니다. 전화, 전기, 수도, 철도 같은 경우 처음 서비스가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 돈이 굉장히 많이 듭니다. 이런 경우 독점이 생깁니다. 정부에서 특허나 판매, 허가를 하나의 기업에만 허용하는 경우에도 진입장벽이 생깁니다.
어떤 기술을 개발해서 특허를 받은 경우 그 기술을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권리는 일정한 기간동안은 특허권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합니다. 이럴 경우 독점이 생깁니다.






정부에는 수입을 늘리거나 다른 목적 때문에 독점을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재정 수입을 늘리기 위해 예전에는 담배나 홍삼을 만들고 팔 수 있는 권리를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에만 줬습니다. 좀더 오래 전에는 소금도 나라를 통해서만 사고 팔 수 있었습니다.
만약 어떤 제품의 원재료를 한 업체만 가지고 있다면 그 기업은 독점기업이 됩니다. 다이아몬드 같은 경우 전 세계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채굴할 수 있는 광산의 대부분을 드비어스라는 회사에서 갖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광고문구로 유명한 회사지요. 드비어스는 다이몬드 원석에서 독점기업인 것이지요.
어떤 기업이 한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생산량이나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매력적인 일이지요. 그래서 다른 기업을 합병하거나 다른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서 독점기업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보통 100만원짜리 컴퓨터를 만들던 ‘가나다’기업을 생각해 봅시다. 이 기업은 돈을 아주 많이 갖고 있고, 컴퓨터 부분에서 독점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 100만원짜리 컴퓨터를 10만원에 팝니다. 사람들은 10만원짜리 제품만 사려합니다. 다른 컴퓨터 생산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컴퓨터 가격이 너무 낮아 생산 원가보다 싸면 물건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봅니다. 돈이 별로 없는 다른 업체들은 모두 무너지고, 돈이 많은 ‘가나다’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시장에 독점기업들이 있는 것은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독점은 소비자에게는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법을 만들어 규제하고 있습니다. 어떤 산업이 독점이 되면 소비자는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신발을 오직 한 기업에서만 만든다면 그 기업에서 만드는 신발이 품질이 나쁘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앞에서도 나왔지만 독점기업은 생산량이나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산량은 적게 가격은 높게 책정하게 되고 소비자들은 손해를 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독점 기업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좋으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전기나 물은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민에게 꼭 필요한 것을 독점으로 공급하는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부문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가 사서 쓰는 물건과 서비스 중에 어떤 것이 독점 기업의 것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세요.

경제를 살리는 나쁜 은행(?) 배드 뱅크(Bad Bank)












경제를 살리는 나쁜 은행(?) 배드 뱅크(Bad Bank)
















요즘 경제뉴스는 읽을 때면 참 가슴이 답답합니다. 위기, 침체, 하락과 같은 부정적인 내용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배드 뱅크(Bad Bank)에 대한 기대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는 기사도 눈에 띄입니다. 나쁜(Bad) 은행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니 이상하게 생각됩니다. 왜 배드 뱅크(Bad Bank)가 주가를 올리게 만드는지 알아봅시다.
배드 뱅크(Bad Bank)는 말 그대로 나쁜 은행이 아니라 부실한 자산 즉 나쁜 자산을 처리하는 은행입니다. 지금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돈이 잘 돌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 많은 은행들은 기업이나 개인에게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나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출은 은행의 부실자산으로 잡힙니다. 부실자산이 많으면 은행은 새롭게 대출을 해줄 수가 없고 개인이나 기업은 돈이 없어 소비나 투자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은행의 상황이 좋지 않다하더라도 은행 내에 있는 자산 중에는 우량한 자산도 있습니다. 부실한 자산 때문에 우량한 자산도 활용하지 못하면 시장에 돈이 원활하게 돌지 못하고, 그에 따라 경제는 더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부실한 자산을 처리해야 하고 그 방법으로 나온 것이 배드 뱅크(Bad Bank)입니다.
은행의 자산 중에 우량한 자산은 그대로 두고, 부실한 자산은 배드 뱅크(Bad Bank)로 넘기면 은행은 굿 뱅크(Good Bank)로 살아나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배드 뱅크(Bad Bank)가 은행으로부터 사들인 부실한 대출은 보통 부동산과 같은 담보가 있습니다. 이런 담보들은 적절한 가격에 팔아서 부실자산을 처리하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간단한 해결같아 보이지만 배드 뱅크(Bad Bank)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배드 뱅크(Bad Bank)를 정부 주도로 만들면 정부가 내는 돈은 모두 국민들이 낸 세금입니다. 국민들이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나고 이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정부 주도로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부실 자산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배드 뱅크(Bad Bank)를 민간에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부실한 자산을 가진 은행에서 자회사로 배드 뱅크(Bad Bank)를 만드는 것이지요. 배드 뱅크(Bad Bank)를 만들기 위한 돈은 은행의 주주나 일반 투자자들에게서 나오게 됩니다. 그러면 국민의 세금은 안 들지만 배드 뱅크(Bad Bank)에 참여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부실자산을 처리하는 과정에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그런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부실자산 처리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배드 뱅크(Bad Bank)를 정부가 만들든 민간에서 만들든 가장 큰 문제점은 부실자산을 얼마의 가격에 사들여야 적당한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부실자산을 높은 가격으로 팔게 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좋지만 배드 뱅크(Bad Bank)의 부담이 커집니다. 정부 주도로 만든 배드 뱅크(Bad Bank)의 경우 정부의 부담, 납세자의 부담이 커져 어려움이 있습니다. 반대로 부실자산을 낮은 가격으로 팔게 되면 은행의 자본을 까먹게 되어 은행은 오히려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즉 부실자산에 적당한 가격을 매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인 것입니다.
전세계 금융위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처음에는 배드 뱅크(Bad Bank)를 세워 부실자산을 처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부실자산에 얼마의 가격을 매기는 것이 적당한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민간이 합작으로 부실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드는 방법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영국의 경우 은행들의 부실한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가 은행의 지분을 사서 국유화를 하고 있습니다. 독일도 정부에서 큰 은행들의 지분을 사서 국유화를 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배드 뱅크(Bad Bank)를 만들어 부실자산을 처리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민간에서 배드 뱅크(Bad Bank) 설립이 진행 중입니다. 정부 주도의 배드 뱅크(Bad Bank)인 자산관리공사가 있지만 이를 통해서 부실자산을 팔면 헐값에 팔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아직은 어떤 방식으로 민간 배드 뱅크(Bad Bank)가 만들어질지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민간 배드 뱅크(Bad Bank)에 정부가 참여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자산관리공사와 민간 배드 뱅크(Bad Bank)가 경쟁하며 부실자산을 처리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배드 뱅크(Bad Bank)가 은행의 부실을 막고 우리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게 될지 잘 지켜 봐야겠습니다.